자동차나 비행기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그만큼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차 여행. 아이와 함께라면 ‘속도’보다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차 안에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가족 단위로 즐기기 좋은 세계의 기차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아이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부모에겐 잊지 못할 여유를 선물해 줄 시간입니다.
일본 규슈 신호선: 아이 전용 공간이 있는 가족형 기차 여행
일본은 기차 여행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테마 열차가 운행됩니다. 그중에서도 규슈 지역의 특급 아소보이(ASO BOY!) 열차는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최적화된 특별 열차입니다.
이 열차는 구마모토에서 아소 산을 향해 달리는 노선으로, 기차 안에 아이 전용 공간 ‘쿠로짱 열차’, 유아용 좌석, 책 코너, 키즈 플레이존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소산의 풍경과 함께, 열차 내부의 체험 공간에서 아이는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열차 디자인은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 ‘쿠로’를 테마로 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기차 승무원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합니다.
목적지인 아소에서는 활화산을 배경으로 한 자연 체험과 온천, 목장 체험 등이 가능해 여행 전체가 하나의 모험처럼 구성됩니다.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이 코스는 아이의 눈에도, 부모의 마음에도 오래 남는 따뜻한 레일 여행입니다.
스위스 골든패스 라인: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동화 속 열차 여행
스위스는 유럽 기차 여행의 정수로 꼽히는 나라입니다. 특히 골든패스 라인(GoldenPass Line)은 루체른, 인터라켄, 몽트뢰를 잇는 노선으로, 아름다운 호수와 알프스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파노라마 열차 코스입니다.
이 노선에는 ‘클래식 열차’, ‘파노라마 열차’, ‘벨르에포크’ 등 다양한 콘셉트의 열차가 있어 아이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파노라마 열차의 유리창은 천장까지 확장돼 있어, 설산과 숲, 마을이 이어지는 풍경을 마치 그림책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아이는 창밖의 자연을 관찰하며 조용한 몰입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인터라켄에서는 패밀리형 케이블카 체험과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고, 몽트뢰에서는 레만호를 따라 산책하며 스위스 특유의 평화로운 정취를 누릴 수 있습니다. 빠르지 않지만 넉넉한,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가족 여행으로 강력히 추천되는 코스입니다.
캐나다 로키마운티니어: 대자연을 느끼는 초장거리 럭셔리 기차 여행
만약 아이와 함께 하는 긴 여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캐나다의 로키 마운티니어(Rocky Mountaineer)는 특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밴쿠버에서 재스퍼 또는 밴프까지 이어지는 이 초장거리 기차 여행은 북미 대륙의 광활한 자연과 함께하는 감동적인 시간입니다.
이 열차는 숙박형이 아닌 주간 주행 전용 럭셔리 열차로, 가족 단위 탑승객에게 편안한 좌석과 고급 식사를 제공하며, 유리 돔 형태의 전망 칸에서는 360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차 안에서 캐나다의 야생 동물(곰, 사슴, 독수리 등)을 창밖으로 직접 볼 수 있고, 승무원들이 들려주는 지질 이야기, 동물 설명 등도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정차역에서는 간단한 산책이나 가족용 액티비티가 진행되며, 대자연 속에서 도시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가족석을 별도로 예약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안전하고 여유롭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가족 기차 여행은 찾기 어렵습니다.
결론
아이와 함께 하는 기차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과정이 여행이 되는 경험’입니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기차 안에서의 특별한 순간을 공유하는 시간은 자동차나 비행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이번 어린이날, 가족이 함께 천천히 흐르는 선로 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