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에서 야시장은 단순한 식사 장소를 넘어, 현지의 리듬과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활기를 띠는 거리에서 대만 특유의 냄새, 소리, 빛깔이 오감으로 스며든다. 타이베이부터 가오슝, 타이중까지 이어지는 대표 야시장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도시의 성격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1. 스린 야시장 – 타이베이의 야경과 함께 즐기는 대만 대표 야시장
타이베이에 도착해 첫날 저녁을 맞이한다면, 가장 먼저 향하게 되는 곳은 단연 스린 야시장이다. MRT지엔탄역에 내리자마자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간판과 노점이 불빛을 뿜어내며 여행객을 반긴다.
이곳은 단순히 ‘먹는 거리’가 아니다. 한편에는 전통 게임장이 있고, 다른 쪽에는 젊은 디자이너의 소품과 기념품 가게, 심지어 발마사지 숍까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러나 이 야시장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먹거리다.
거리의 가장 중심부에는 ‘지파이’라 불리는 커다란 닭튀김이 눈에 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 간식은 스린 야시장의 상징과도 같다. 이어지는 코너에서는 스탠키 토푸의 강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호불호를 가른다. 여기에 달콤한 파인애플 케이크, 신선한 타피오카가 들어간 흑당 밀크티까지, 한 손엔 음식, 다른 손엔 음료가 자연스럽다.
단,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평일 저녁이 여유롭고, 지도를 미리 확인해 원하는 먹거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스린 야시장은 타이베이의 밤을 가장 맛있고 화려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장소다.
2. 러우허 야시장 – 가오슝의 진짜 맛은 이 거리에서 시작된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 도착하면 ‘라우허 야시장’이라는 이름을 흔히 듣게 된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이 야시장은, 포르모사 MRT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관광객보다도 현지인들의 발길이 꾸준한 생활형 야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길 양옆으로 줄지은 포장마차와 조리소리, 음식 냄새가 걷는 내내 이어진다. 특히 해산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식들이 이곳의 매력이다. 굴 오믈렛은 부드러운 식감에 짭조름한 소스를 더해 대만 특유의 맛을 전하고, 즉석에서 튀겨주는 꽃게 튀김은 바삭함과 풍미가 일품이다.
후식으로는 빙수 중에서도 망고빙수를 선택하는 것이 현지 감성이다. 더운 밤, 시원한 망고빙수 한 그릇이면 하루의 피로가 녹는다. 또한 길가의 노점에서는 땅콩 크레페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땅콩가루를 듬뿍 뿌려 싼 크레페 안에 아이스크림을 말아 넣는 이 간식은 달콤하고 향긋하다.
리우허 야시장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이고, 판매자 대부분이 친절해 초행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현금 위주로 운영되므로 잔돈은 미리 준비하고, 여름에는 더위를 감안해 물이나 부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3. 펑지아 야시장 – 젊은 에너지가 가득한 타이중의 밤거리
타이중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펑지아 야시장이다. 펑지아 대학교 앞에 자리한 이곳은, 젊은 층이 몰리는 덕분에 항상 활기차고 트렌디한 음식과 패션 소품, 게임 등이 공존하는 청춘의 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야시장보다도 독특한 메뉴가 많다. 대만 전통 음식 외에도 창의적인 퓨전 스트리트 푸드가 가득하며, 가게마다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메뉴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큐브형 치즈감자튀김, 참치마요 롤, 김말이 전병 같은 음식들이 매일 새롭게 등장한다.
펑지아의 장점은 다양성과 실험정신이다.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패션 아이템, 휴대폰 액세서리, 캐릭터 상품 등이 밤마다 진열되고 학생 할인이나 행사도 자주 열려 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편하며, 야시장 주변은 혼잡하므로 도보 이동을 기본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펑지아 야시장은 단순한 야식 장소가 아니라, 대만의 젊은 감성과 밤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결론
대만의 야시장은 도시마다 색깔이 다르고, 그 속에서 만나는 음식과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이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걷고, 보고, 먹고, 듣는’ 복합 경험의 장으로 여정 중 하루쯤은 야시장 중심의 동선으로 구성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야시장은 곧 그 도시의 살아 있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