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라운지는 이제 단순히 탑승 전 대기 공간을 넘어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의 결정체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공항에서는 독특한 콘셉트와 체험 요소를 접목해 공항에서도 여행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라운지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색 공항 라운지 세 곳을 소개한다.
1. 사우디 리야드 – 스카이 프라이머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Terminal 1)에는 전통 이슬람 궁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콘셉트의 라운지 ‘스카이 프라이머시(SKY PRIMACY)’가 있다. 이곳은 퍼스트 클래스 및 일부 프리미엄 고객만 이용 가능한 고급 라운지로, 입구부터 천장 높이 5미터가 넘는 돔 형태의 건축물, 황금빛 장식, 전통 아라베스크 문양이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라운지 내부는 공간마다 프라이버시가 강조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각 고객에게 개별 룸 또는 반폐쇄형 좌석이 제공되며, 전통 커튼이나 나무 파티션이 설치돼 있어 개인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무슬림 여행객을 위한 기도실, 고급스러운 샤워룸, 그리고 다양한 로컬 디저트를 포함한 할랄 뷔페가 마련되어 있어, 리야드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라운지 내부에서는 전통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고, 고객별로 배정된 ‘라운지 호스트’가 1: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용 테이블에서 제공되는 신선한 대추야자, 허브티, 중동식 커피는 이용자들에게 진정한 사우디의 환대를 전한다. 일부 항공사 제휴 고객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유료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 라운지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중동 왕궁의 환대를 연상시키는 프라이빗 체험으로 사우디 방문의 시작 혹은 마무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자들에게 사우디 전통 건축과 문화, 환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2. 헬싱키 반타 공항 – 핀에어 비즈니스 사우나
핀란드 헬싱키 반타 공항의 핀에어(Finnair) 비즈니스 라운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우나 시설을 갖춘 라운지로 유명하다. 핀란드 전통 사우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이 공간은 헬싱키 출발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 또는 원월드 얼라이언스 상위 등급 회원이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 자체는 스칸디나비아풍의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라운지 내 사우나는 정통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로, 내부는 자작나무로 된 벤치와 벽돌로 마감되어 있다. 실내 온도는 약 80~90도 사이로 유지되며, 동시에 4~5명이 이용할 수 있다. 사우나 이용 전후에는 개인 샤워실과 탈의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수건, 슬리퍼, 어메니티까지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 긴 비행 전 또는 장거리 환승 중 피로를 풀기에 최적의 힐링 공간이다.
사우나 외에도 라운지 식사 공간에서는 핀란드 전통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 메뉴로는 훈제 연어, 호밀빵, 블루베리 수프, 감자 샐러드 등이 있으며,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수제 맥주나 주스도 마련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식과 사우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라운지다.
헬싱키 라운지는 단순한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지역의 문화와 웰빙 철학을 공항 내에서 구현한 공간이다. 라운지를 떠나기 전 제공되는 차가운 음료와 과일은 사우나 후 마무리까지 완성시켜 준다. 북유럽식 슬로우 트래블을 공항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3. 싱가포르 창이공항 – 더 리프트
싱가포르 창이공항 제1터미널에 위치한 ‘더 리프트(The REFT)’는 공항 라운지의 개념을 미술관 수준으로 끌어올린 실험적인 공간이다. 싱가포르항공이 예술 재단과 협업하여 만든 이 프라이빗 라운지는 단순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넘어 문화와 감각의 경험이 가능한 예술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복도는 설치 미술과 디지털 아트워크가 전시돼 있으며, 라운지 곳곳에 조각과 회화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존으로 나뉜다. 첫째는 자연을 테마로 한 ‘정원 라운지’로, 살아있는 식물과 천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조화를 이루며 생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둘째는 예술 작품이 집중 배치된 ‘아트 라운지’로,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다이닝 존’으로, 오픈 키친 스타일로 구성되어 실시간으로 요리되는 음식이 제공된다.
대표 메뉴로는 락사, 바쿠테, 하이난 치킨라이스, 사테 등 싱가포르의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들이 있으며, 모든 요리는 셰프가 직접 조리해 개별 접시에 제공한다. 와인 셀렉션은 프리미엄급이며, 로컬 디저트 코너에서는 마카롱과 열대과일 퓨레로 만든 무스 등을 즐길 수 있다.
더 리프트는 단순한 라운지를 넘어 문화, 예술, 미식을 접목한 복합 경험 공간이다. 항공 여정의 중간지점에서 감성적 휴식과 예술적 영감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창이공항의 위상을 상징하는 새로운 유형의 라운지라 할 수 있다.
결론
공항 라운지는 이제 단순한 대기실이 아니라 공간의 가치를 경험하는 장소로 발전하고 있다. 사우디의 황금빛 프라이버시, 핀란드의 뜨거운 힐링, 싱가포르의 감성적 미술 체험까지—각기 다른 문화와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라운지를 통해 비행 전후의 시간이 여행의 일부로 확장된다. 여정의 시작과 끝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싶다면, 이번에는 이색 공항 라운지를 목적지로 삼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