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유독 마음이 끌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한 번 다녀온 후에도 잊히지 않아 해마다 다시 찾게 되는 그런 여행지 말입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매년 찾고 있는 나만의 소중한 여행지를 중심으로, 왜 그곳이 특별한지, 어떤 감정을 안겨주는지, 그리고 반복되는 방문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매력을 진솔하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 감정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게 되는가
여행은 대개 새로운 곳을 향한 설렘으로 시작됩니다. 낯선 풍경, 처음 보는 거리,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 하지만 어떤 여행지는 처음의 신선함을 넘어서, 마치 집처럼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그런 여행지를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매년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의 작은 어촌 마을. 처음 그곳에 간 건 우연이었습니다. 가족 여행으로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했고, 별 기대 없이 도착했던 그곳에서 이상할 만큼 깊은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관광지로서 화려한 모습은 없지만, 소박한 식당에서 만난 정겨운 밥상, 파도 소리에 잠이 들던 밤, 그리고 새벽에 본 잔잔한 바다는 제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이후로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숙소, 같은 동네 슈퍼, 같은 찻집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똑같은 곳에 왜 또 가?"라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가 다르고 계절이 다르면, 같은 장소라도 풍경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큰 여행의 기쁨이 됩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그 감정은 처음의 설렘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반복되는 여행에서 찾은 작고 깊은 변화들
여러 번 같은 장소를 여행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고성에서의 여행은 첫 해엔 바닷가가 전부였습니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지요. 하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골목길을 걸으며 작은 카페를 발견하게 되었고, 세 번째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인사하게 되었으며, 네 번째에는 이장님이 직접 주신 마른오징어를 숙소에서 구워 먹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처럼 반복된 방문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관계를 만들어주고, 기억을 축적하게 합니다. 또한 매해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찾다 보면, 나 자신의 변화도 더욱 선명히 느껴집니다. 작년에는 어떤 고민을 안고 그곳을 찾았는지, 올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시 발을 디뎠는지 비교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그 장소가 나를 비춰주는 거울처럼 기능하게 만들며, 여행을 자기 성찰의 기회로 바꾸어 줍니다. 올해에도 저는 고성으로 향했습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고, 책 한 권과 노트를 챙긴 채로요. 새벽에는 해안도로를 걸으며 바람을 맞고, 오후에는 조용한 해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가롭고 평범한 하루였지만, 이처럼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며 쌓이는 여행의 기억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는 것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기대와 안도'입니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익숙한 장소에서는 그런 불안이 없습니다. 거기엔 늘 내가 기억하는 풍경과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어야 할, 나만의 여행지
여행은 늘 새로운 자극만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더 깊은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해서 찾는 여행지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존재입니다. 저에게 강원도 고성이 그렇듯, 여러분에게도 그런 곳이 있기를 바랍니다. 만약 아직 그런 여행지를 찾지 못했다면, 다음 여행에서 한 곳에 천천히 머물러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처음엔 낯설지만 돌아오는 길엔 조금 그리운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요. 여행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장소에서 반복되지 않는 감정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찾는 여정. 매년 같은 계절에 다시 찾고 싶은 그 여행지는, 우리의 삶에 조용한 쉼표가 되어줄 것입니다.